‘여중생A’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외로움과 자존감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원작은 2015년부터 연재된 웹툰으로, 독특한 감성과 현실성 있는 인물 묘사로 많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2018년에 개봉한 영화는 배우 김환희, 김준면(엑소 수호)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웹툰을 먼저 접한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전개나 인물 해석,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느꼈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여중생A’ 원작 웹툰을 정독한 독자의 시선에서 영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보려 합니다.
줄거리 구성의 차이
영화와 웹툰은 기본적인 줄거리 구조는 동일합니다. 주인공 ‘미래’는 자존감이 낮고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하며 살아가는 중학생으로, 현실에서는 친구 관계나 가족 사이에서 큰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작은 변화들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게 되죠. 하지만 원작 웹툰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느리면서도 촘촘하게 구성합니다. 미래가 친구들과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 자신을 괴롭히는 환경 속에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은 현실감을 자아내며, 독자가 인물에 이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반면 영화는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많은 장면이 생략되거나 단순화되었습니다. 특히 미래가 게임 속 아바타와 교류하는 장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영화에서는 대폭 축소되었거나 빠져있습니다. 또한 웹툰에서는 여러 캐릭터의 서사가 교차되며 입체적인 구성이 이루어지지만, 영화는 미래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해 주변 인물들의 서사나 맥락이 생략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특히 원작을 깊게 이해한 팬들에게는 감정선의 밀도 차이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웹툰에서는 독자의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반면, 영화는 보다 직관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며 서사를 이끕니다.
캐릭터 해석과 감정 표현
원작 웹툰에서의 캐릭터는 각기 뚜렷한 개성과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는 극단적으로 내성적인 인물로, 직접적인 감정보다는 회피, 상상, 게임을 통한 우회적 표현이 많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독자가 미래의 감정을 곧바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점차 그녀의 내면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반면 영화에서는 이러한 묘사가 어렵습니다. 배우의 연기와 대사, 장면 연출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웹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게임 속 아바타’와의 상호작용은 영화에서 거의 배경처럼 처리되어 캐릭터 내면의 갈등과 성장 과정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미래가 친구 '백합'과 겪는 갈등, 그리고 친구 '재희'와의 감정적 교류는 웹툰에서 각자의 시선과 사건을 교차하며 입체적으로 펼쳐지지만, 영화에서는 단순한 사건 중심으로 요약되어 캐릭터 간 관계의 깊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또한 영화에서는 ‘재희’ 역할을 맡은 김준면의 존재가 원작에 비해 부각되어 있는데, 이는 원작의 균형 잡힌 구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는 대중성을 고려해 인기 배우를 활용하면서도, 그 캐릭터의 깊이는 충분히 담지 못해 캐릭터 해석이 평면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원작 팬의 입장에서는 각 인물의 성장과 심리 변화가 충분히 담기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됩니다.
상징과 메시지 전달 방식
‘여중생A’는 단순히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아닙니다. 웹툰에서는 게임이라는 상징적인 도구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고 자신을 직시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특히 아바타는 미래의 자아상이자 자존감의 상징으로, 이들과의 대화와 행동은 미래의 내면을 해석하는 키로 작용하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판타지적 장치를 사실주의로 대체하면서 상징성이 약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웹툰에서는 게임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미래의 모습이 현실과 교차되며 서서히 자아를 회복해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절되고, 현실 속 장면만으로 성장과 회복을 표현하려 하다 보니 그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아졌습니다. 또한, 웹툰은 독자 스스로 의미를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열린 구조를 택한 반면, 영화는 보다 명확하고 대중적인 교훈을 전달하려 합니다. 이는 미디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원작 팬 입장에서는 이야기의 여운이나 상징성, 철학적 메시지가 희석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는 주제는 웹툰에서는 장기적인 서사 속에서 천천히 쌓아지는 메시지였던 반면, 영화에서는 짧은 대사나 장면으로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여중생A’는 원작의 이야기 구조와 핵심 메시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지만, 원작이 지녔던 감정의 층위, 상징적 요소, 인물 간의 섬세한 관계 표현 등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원작 팬의 입장에서는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 게임 세계와 현실의 상징적 대조, 열린 해석이 가능한 구조 등에서 영화가 줄 수 없는 만족감을 기대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가 가진 미디어적 한계와 대중성의 필요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영화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웹툰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서사를 선택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관객층에게 감동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따라서 원작 팬이라면 영화와의 차이를 통해 미디어 간 서사 전달 방식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영화를 먼저 본 이들에게는 원작 웹툰을 통해 더욱 깊은 감정선과 상징을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직 ‘여중생A’ 웹툰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꼭 한 번 정독해보길 권합니다. 원작만이 줄 수 있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