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는 2021년 개봉한 한국 옴니버스형 감성 드라마로, 서로 다른 네 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해를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상처, 기대, 그리고 변화 앞에서 서로를 만나고 위로받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화는 여러 커플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보여주며, ‘새해’라는 공통된 시간성을 통해 이질적인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짓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선, 각 서사가 어떻게 맞물려 감동을 완성했는지를 다중서사 구조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다중서사의 중심축: 네 커플, 네 개의 감정
새해전야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각각 독립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새해’라는 시간의 공통분모를 통해 감정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 네 커플은 다음과 같다:
- 이혼을 앞둔 남녀 – ‘지호’(김강우)와 ‘효영’(유인나)
- 해외 장거리 커플 – ‘재헌’(유연석)과 ‘진아’(이연희)
- 장애인 커플 – ‘용찬’(이동휘)과 ‘야오린’(천두링)
- 결혼을 앞두고 갈등하는 예비부부 – ‘용찬의 누나’(염혜란)와 ‘오케이남’(최수영)
각 커플은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해결 과정은 일관된 정서로 연결된다. 이혼 앞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거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려는 노력, 사회적 편견 속에서의 사랑, 결혼 준비 속 갈등 등. 이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 겪거나 상상해본 적 있는 감정들이다. 특히 인물 간 연결은 많지 않지만,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감정이 교차한다. 영화 말미에 모든 인물들이 한 공간(시청 앞 광장)에 모이는 장면은 다중서사의 클라이맥스로, 마치 평행선을 달리던 감정들이 한 지점에서 교차하며 폭발적인 공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구성은 러브 액추얼리와 유사하지만, 보다 한국적인 정서와 현실을 담아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감성으로 연결된 캐릭터 감정선
각 인물은 자기만의 상처와 기대를 품고 있다. 그 감정선은 상황에 따라 위로받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면서 결국 변화의 길을 찾아간다.
- 지호와 효영: 이혼 전문 경찰관과 그의 전 아내인 이혼 상담가라는 설정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지호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고, 효영은 감정적으로 단호하지만 내면은 여린 여성이다. 두 사람은 이혼 서류를 앞에 두고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는다. 갈등과 애정이 오가는 그들의 대화는 현실적이면서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 재헌과 진아: 봉사활동을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면서도 관계를 이어간다. 진아는 중국에서 일하는 중이고, 재헌은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선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핵심이다. 진아가 아르헨티나로 재헌을 찾아가는 결말은 낭만적이지만 그 속엔 현실적인 외로움과 고뇌가 깔려 있다.
- 용찬과 야오린: 용찬은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의 지적장애인이고, 야오린은 중국계 여성으로 사회적 편견 속에서 두 사람은 어려움을 겪는다. 가족의 반대, 사회의 시선 등 현실적인 갈등을 겪지만, 그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진심을 키워간다. 이 커플은 가장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 용찬의 누나와 오케이남: 결혼을 앞두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커플이다. 특히 남자는 ‘오케이’만 외치며 진심을 표현하지 못하고, 여자는 그런 태도에 지친다. 갈등이 반복되며 일시적 이별도 겪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면서 화해로 이어진다. 이 커플은 현대 커플이 겪는 대표적인 감정선(의사소통 문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렇게 각 커플의 서사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과 ‘관계’를 조명한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상처와 화해, 거리와 진심, 사회적 편견과 연대 등 다양한 테마가 복합적으로 얽힌다.
공감의 서사 구조: 현실과 희망의 교차점
이 영화가 특히 공감되는 이유는 ‘비현실적인 설정 없이 진짜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군가의 삶을 대변하는 듯한 생생함을 지녔고, 그 대사는 작위적이지 않으며 일상의 언어에 가깝다.
예를 들어, 효영이 이혼서류를 찢으며 눈물짓는 장면은 평범한 부부가 결혼생활을 지속하며 겪는 내적 갈등을 대변한다. 진아와 재헌의 긴 거리 관계는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많은 연인들이 겪는 현실을 반영한다. 용찬 커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이 직면하는 현실적 장벽을 상징하며, 마지막에 손을 잡고 무대 위에 올라선 장면은 포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새해전야는 캐릭터가 일방적인 성장만을 겪지 않는다. 때로는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어정쩡한 채로도 감정이 흘러간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진심이 느껴진다. 영화 마지막 날, 모두가 모이는 광장에서 카운트다운을 하는 장면은 단지 ‘새해’를 기념하는 의미를 넘어선다.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고 새로운 감정, 새로운 용기, 그리고 누군가의 존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다. 화면 속 폭죽이 터지면서 각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 관객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새해전야는 다양한 인물과 감정이 얽힌 다중서사 구조 속에서도 따뜻한 연결성을 지닌 영화다. 각각의 커플은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진심을 확인하고 성장해간다. 이 영화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같아서 더 큰 공감과 위로를 준다. 새해가 다가올 때,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용기와 따뜻함이 필요할 때,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감성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