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현대 추리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이끈 작품입니다. 2019년 1편 《나이브스 아웃》이 전통적인 ‘클래식 추리극’을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고, 2022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공개되며 시리즈화에 성공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각 편의 스토리 구성, 주요 캐릭터, 연출 스타일을 중심으로 두 작품의 차이점과 진화를 완전히 분석합니다.
스토리 비교: 밀실 살인 vs 사회 풍자 추리극
1편 《나이브스 아웃》은 전통적인 영국 추리소설의 영향을 짙게 받은 ‘고전 밀실 추리극’입니다. 부유한 소설가가 생일 다음 날 사망한 사건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용의자인 설정은 애거사 크리스티 스타일의 정통 추리극을 연상케 합니다. 영화는 퍼즐처럼 얽힌 증언들과 단서들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구조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스토리는 명확하고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으며, 단일 공간(저택)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몰입도를 높입니다.
반면 2편 《글래스 어니언》은 훨씬 더 개방적인 배경과 현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전개됩니다. 사건은 재벌 마일즈 브론이 주최한 사적인 섬 파티에서 벌어지고, 탐정 베누아 블랑이 초청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단순한 살인이 아닌, 권력과 욕망, 사회적 위선에 대한 풍자가 주요 테마로 작용합니다. 이야기 구조는 퍼즐적 요소보다는 ‘관객을 속이는 시선의 전환’과 ‘인물 간의 심리전’에 집중합니다. 1편이 정교하게 짜인 시계라면, 2편은 유리미궁처럼 화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둠이 깃든 구조입니다. 즉, 1편은 정통 추리극의 법칙을 계승했고, 2편은 이를 해체하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비교: 무게감 있는 앙상블 vs 캐릭터 쇼케이스
1편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캐릭터가 갖는 서사와 동기입니다.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이유로 용의자가 될 수 있고, 그들 간의 갈등 구조가 짜임새 있게 전개됩니다. 특히 간병인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는 영화의 중심에 선 인물로, 사건의 열쇠이자 인간적 공감을 이끄는 인물입니다. 셜록 스타일의 탐정 베누아 블랑은 1편에서는 조용히 사건을 관찰하며, 후반부에 퍼즐을 조립하듯 진실을 밝히는 고전적 탐정의 면모를 보입니다.
2편에서는 블랑이 중심 캐릭터로 완전히 부각됩니다. 1편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전면에 나서며, 유머와 풍자를 겸비한 현대적 명탐정으로 활약합니다. 주변 인물들은 개성 강한 ‘캐릭터 쇼케이스’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억만장자, 정치인, 모델, 과학자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셀럽’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갈등과 허위의식이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전작보다 캐릭터들의 깊이나 인간성은 약해졌지만, 대신 풍자적 의미는 강해졌습니다. 베누아 블랑의 캐릭터 역시 2편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되며, 연기자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코믹하고 기민한 면모가 강조됩니다. 결과적으로 1편은 인물들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감정적 깊이가 있는 반면, 2편은 주제 중심의 캐릭터 배열로 좀 더 화려하고 가벼운 톤을 보입니다.
연출 스타일: 고전미와 실험성의 조화
라이언 존슨 감독은 1편과 2편 모두에서 각기 다른 연출 철학을 선보입니다. 1편은 고전 추리극에 대한 경의로 시작됩니다. 카메라 워크는 절제되어 있고, 색채는 따뜻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플래시백 장면은 특정 인물의 시점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게 연출되어, ‘기억의 왜곡’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뛰어났습니다. 또한 음악과 편집도 차분한 리듬으로 사건의 긴장을 증폭시키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2편에서는 이러한 절제가 상당 부분 깨지며, 더욱 대담하고 화려한 연출이 특징입니다. 섬이라는 폐쇄적이면서도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건축물과 소품, 의상까지 상징적으로 활용됩니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유동적이고 빠르며, 플래시백이나 시점 전환이 더 과감하게 사용되어 ‘이야기의 재구성’이라는 메타적 시도를 강화합니다. 시각적 연출뿐만 아니라 사운드트랙도 대중적이고 다이내믹한 곡들로 구성되어, 전체 분위기를 더욱 현대적으로 끌어올립니다. 특히 ‘유리 양파’라는 은유처럼, 복잡해 보이지만 중심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포장하는 방식은 라이언 존슨 특유의 연출 실험이 반영된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1편은 연출의 정교함과 안정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2편은 도전적인 스타일과 풍자적 시선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현대 추리 영화의 지평을 넓힌 작품입니다. 1편은 정통 밀실극의 미덕을 계승하면서도, 인간적인 깊이와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로 완성도를 높였고, 2편은 유쾌하고 화려한 풍자극으로 장르적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두 편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며, 명탐정 베누아 블랑이라는 캐릭터의 확장을 통해 시리즈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이제 세 번째 편을 기다리는 지금, 두 작품을 다시 감상하며 그 차이를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