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라타주는 2017년 일본에서 개봉한 감성 로맨스 영화로, 이시카와 토모히로 감독이 연출하고, 마츠모토 준과 아리무라 카스미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작가 유지 사쿠라기(島本理生)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금지된 사랑’이라는 테마를 섬세하고 조용한 톤으로 풀어낸다. 고등학교 교사와 제자의 복잡하고도 감정적인 관계를 담아내며, 일본 내에서도 청춘 로맨스 장르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원작 소설과 영화는 같은 줄기를 공유하면서도 서사의 흐름, 인물 묘사, 감정선에서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원작 소설과 영화 버전의 차이점을 스토리 전개, 인물 묘사, 감정의 깊이, 결말 처리 등의 항목으로 나눠 정리해본다.
서사 구조와 시점의 차이: 소설은 1인칭, 영화는 외부 시선
원작 소설 나라타주는 주인공 ‘이즈미 하야세’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독자는 그녀의 감정, 혼란, 갈등을 철저히 그녀의 눈과 내면을 통해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독서 중 느껴지는 감정은 훨씬 더 내밀하고 복잡하다. 하야세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어떤 장면에서 멈칫하는지까지 모두 섬세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그녀의 고통이나 사랑이 더 밀도 있게 다가온다.
반면, 영화에서는 시점이 보다 객관화된 제3자적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카메라는 하야세의 감정을 중심으로 따라가지만, 내면의 독백이나 심리 묘사에 대한 직접적인 전달은 거의 없다. 이는 관객이 감정을 간접적으로 유추해야 하며,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혼란의 깊이’가 다소 평면적으로 표현되는 한계로 작용한다.
특히 소설에서는 하야세가 왜 그렇게 히로세를 사랑하는지, 그 사랑이 얼마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심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 맥락이 다소 축약되며, 일부 관객은 하야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집착’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시점의 차이는 감정이 전달되는 강도를 크게 좌우하며, 영화가 보다 서정적인 외관에 집중한 반면 소설은 심리 묘사에 치중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인물 묘사와 대사의 밀도: 영화는 절제, 소설은 직설
영화 나라타주는 전체적으로 말이 적고, 대사보다는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려 한다. 이는 일본 특유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지만, 원작 소설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의 깊이나 내면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소설에서 하야세는 자신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여러 형태로 토로하며, 히로세 역시 자신의 감정에 대해 훨씬 더 명확하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는 히로세가 하야세에게 “네가 있어야 나는 나 자신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는 그가 왜 하야세에게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그녀를 끌어당기고 동시에 밀어내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러한 직접적인 대사들이 상당히 줄어들며, 감정이 ‘미묘한 눈빛’이나 ‘어색한 정적’으로 표현된다.
또한 소설 속 하야세는 자기 혐오와 의존 사이를 오가는 심리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녀는 히로세와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음을 인지하면서도 멀어질 수 없는 이유를 스스로 분석하고 설명한다. 반면, 영화 속 하야세는 그런 복잡한 설명 없이 오직 ‘감정’에 충실한 모습만 비춰진다. 이 차이는 인물의 입체감을 좌우하며, 소설을 읽은 이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감정선의 흐름과 템포: 영화는 서정적, 소설은 격렬
소설 나라타주는 전반적으로 감정의 흐름이 매우 격정적이다. 하야세는 히로세에 대해 분명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지만, 그 감정이 그녀에게 독이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과정을 소설은 매우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하야세는 끊임없이 히로세를 의식하고, 그에 대한 감정이 자신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고통스럽게 인지하고 있다.
반면, 영화는 이 감정을 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음악, 색감, 촬영 앵글 등이 감정을 부드럽게 포장하며, 관객에게는 일종의 ‘몽환적 사랑’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는 영화의 미학적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원작 소설의 날것의 감정 표현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영화에서는 히로세가 하야세를 향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더 부드럽고 모호하다. 이는 도덕적 불편함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캐릭터의 본질적인 갈등이 흐릿해지는 단점이 있다. 소설에서는 히로세 역시 감정적으로 매우 미성숙한 인물이며, 그 미성숙함이 하야세에게 상처를 입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가 선택한 느린 호흡, 잔잔한 전개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잘 전달하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여백’이 감정의 뿌리를 설명해주지 못한 채 흐릿하게 흘러가기도 한다.
결말의 해석 차이: 소설은 명확한 체념, 영화는 열린 여운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결말의 처리 방식이다. 원작 소설은 히로세와 하야세가 ‘서로의 감정은 인정하지만 함께 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하야세는 히로세를 ‘어른이 되기 위한 장애물’로 인식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접기로 결심한다. 이는 감정적인 해소가 아닌, ‘심리적 성숙’을 상징하는 중요한 결단이다.
반면, 영화의 결말은 보다 열린 결말에 가깝다. 하야세는 히로세의 품에서 잠시 머물지만, 그 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다. 카메라는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과 하늘을 비추며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는 시청자에게 감정을 남기는 효과는 있지만, 서사의 맥락에서는 다소 ‘모호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설은 ‘사랑은 때로 성장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다면, 영화는 ‘사랑의 형체는 고정되지 않는다’는 철학적 여운을 남긴다. 각기 다른 예술 매체의 특성에 따라 결말의 뉘앙스가 바뀐 사례로, 어떤 쪽이 더 좋은지는 독자와 관객의 취향에 달려 있다.
나라타주는 원작 소설과 영화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감정의 본질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소설은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고 직설적으로 묘사해 독자의 내면을 파고들고, 영화는 시각적 언어와 여백으로 감정을 조용히 흘려보낸다. 두 버전 모두의 차이를 이해하고 비교하며 감상한다면,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사랑의 복잡성’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올 것이다.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혹은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다면, 서로 다른 감정의 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