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 2016)'는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디즈니 스타일로 재해석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201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으로, 더 풍부해진 세계관과 ‘시간’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캐릭터로 구체화하며 독특한 서사를 펼쳐 보입니다. 기존 동화의 환상성과 더불어 인간 관계, 성장, 후회, 용서 등의 테마가 깊게 담겨 있으며, 시계왕국, 시간의 존재(Time), 그리고 두 여왕의 과거 이야기 등을 통해 다층적인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속 세계관의 구성 요소와 핵심 설정들을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계왕국: 시간의 성과 메커니즘의 중심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무대 중 하나는 바로 '시계왕국(Chronosphere)'입니다. 이곳은 시간을 관장하는 존재인 '타임(Time)'이 거주하는 성이자, 시간의 흐름과 과거·현재·미래가 물리적으로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시계왕국 내부는 기계적인 구조와 스팀펑크 스타일의 시각적 요소로 가득 차 있으며, 시간의 구슬 ‘크로노스피어(Chronosphere)’를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한 구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타임의 성은 단순한 시각적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서사적 핵심이 되는 공간으로, 앨리스가 이곳에서 크로노스피어를 훔쳐 과거로 가면서 사건이 본격화됩니다. 시계왕국의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나타내는 도구가 아니라, 생명과 존재, 기억을 상징하는 장치입니다. 타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과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되며, 그로 인해 세계에 혼란이 발생합니다. 이곳은 단지 시간의 공간이 아니라, ‘변화할 수 없는 과거’와 ‘수용해야 할 현재’를 가르쳐주는 상징적 장소입니다.
또한, 시계왕국의 설정은 인간이 시간에 대해 얼마나 제어할 수 없으며, 반대로 시간과의 공존을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이 왕국은 눈에 보이는 시계보다 더 깊은 은유로, 영화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중심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Time): 의인화된 개념과 교훈적 상징
‘시간(Time)’은 이 영화의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입니다. 타임은 인간도 아니고 요정도 아닌, 시간 그 자체를 형상화한 존재로 등장하며, 배우 사샤 바론 코헨이 연기해 독특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그는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오만하지 않고, 다소 어수룩하면서도 지혜로운 면모를 지니고 있어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타임은 영화 내내 앨리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는 “과거는 배워야 할 것이지, 바꿔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앨리스가 무모하게 과거를 바꾸려 할 때마다 경고합니다. 그는 단지 서사의 진행을 위한 방해자가 아니라, 앨리스의 내면 성장을 유도하는 멘토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시간의 개념을 단순히 흐름이 아닌 감정과 기억의 축적물로 표현한 점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철학적 시도입니다.
또한, 타임은 과거를 바꾸려는 욕망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로서, 앨리스가 진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임을 깨닫게 만듭니다. 타임과의 갈등은 앨리스의 자아 탐색 여정이자, 성장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합니다. 그의 존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철학적 요소로 기능합니다.
붉은 여왕과 흰 여왕: 과거의 상처와 화해의 서사
1편에서 앨리스와의 대립 구도로 등장했던 붉은 여왕(이리나)과 흰 여왕(미라나)의 이야기는 이번 영화에서 그 기원이 드러나며 중심 서사로 떠오릅니다. 과거 앨리스가 크로노스피어를 이용해 시간여행을 하면서 밝혀진 사실은, 두 자매 간의 갈등이 단순한 권력 싸움이 아닌 어린 시절의 오해에서 비롯된 감정적 상처였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미라나는 실수로 언니인 이리나가 마음 아파할 만한 거짓말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붉은 여왕의 폭력성과 괴팍한 성격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갈등의 기원을 통해 인간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미라나는 성인이 되어 자매에게 사과하고, 이리나는 결국 용서를 선택하면서 영화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이 자매의 관계는 앨리스의 서사와 병렬적으로 전개되며, ‘과거의 상처와 화해’라는 주제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더불어 이 서사는 단순한 악역 대 주인공의 구도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오해를 상징하며, 진정한 화해는 솔직한 인정과 용서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교훈을 전했습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단순한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가 아닙니다. 시계왕국이라는 기발한 공간, 시간(Time)이라는 상징적인 캐릭터, 그리고 자매 간의 상처와 화해를 통해 구성된 세계관은 매우 철학적이며 감성적입니다. 이 작품은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현재는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앨리스의 여정을 통해 전달합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용서를 배우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며, 관객으로 하여금 ‘나의 시간’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디즈니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전달하고자 한 깊은 주제를 품은 이 영화는, 그 비주얼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