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궐>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좀비를 소재로 한 독특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실제 역사적 배경과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과연 <창궐>의 조선 시대 묘사는 정확할까? 영화 속 설정과 실제 조선 시대 역사적 사실을 비교하며 고증 여부를 분석해 보자.
1. ‘창궐’ 속 조선 시대 배경: 어느 시기를 다루었을까?
영화 <창궐>은 명확한 연대를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단서를 통해 조선 후기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왕권이 흔들리고 있으며, 청나라와의 관계가 긴장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임진왜란(1592년) 이후> 혹은 <병자호란(1636년) 이후>의 시대적 배경을 추측할 수 있다.
① 영화 속 왕의 모델은 누구인가?
<창궐>의 배경이 되는 조선의 국왕은 극 중 ‘이조’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조선 왕 중 ‘이조’라는 이름을 가진 왕은 없다. 다만, 영화 속 이조의 캐릭터와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인조> 혹은 <숙종>을 모티브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 인조(재위: 1623~1649) :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항복해야 했던 왕으로, 국내 정치 불안과 외세 간섭 속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 숙종(재위: 1674~1720) : 환국(정치적 권력 교체)이 반복되며 끊임없는 권력 다툼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영화 속에서 신하들이 왕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숙종 시기의 정치적 혼란과 유사하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병자호란 이후의 인조 시기에 더 가깝다.
② 조선 후기의 청나라 관계 반영
영화에서 청나라는 조선을 얕보거나 압박하는 세력으로 묘사된다. 이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병자호란 이후 조선은 청나라에 조공을 바쳐야 했고, 군사적으로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영화 속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 설정은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2. ‘창궐’ 속 좀비(야귀) 설정과 조선 시대의 전염병
① 영화 속 ‘야귀’는 실제 조선 시대 질병을 반영했을까?
<창궐>의 좀비는 ‘야귀’라는 명칭으로 등장하며, 빛을 싫어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 설정이 역사적으로 실제 조선 시대 질병과 관련이 있을까?
조선 시대에는 여러 가지 전염병이 유행했다. 대표적인 전염병으로는 역병(瘟疫), 홍역(麻疹), 천연두(天然痘) 등이 있었다. 특히, 역병(전염병을 뜻하는 광범위한 용어)은 당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이 때문에 귀신(야귀)과 연관되기도 했다.
- 광해군 시기(1608~1623년): 전국적으로 역병이 퍼지며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 숙종 시기(1674~1720년): 천연두가 크게 유행하여 어린이 사망률이 높아졌다.
좀비 바이러스처럼 사람을 감염시키고 빠르게 확산되는 설정은 조선 시대의 전염병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야귀가 빛을 싫어하는 설정은 조선 시대 질병과는 별개로, 영화적 연출을 위해 창작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3. ‘창궐’ 속 무기, 건축, 의복의 역사적 고증 수준
① 조선 시대 무기의 재현
영화 속에서는 조선의 무사들이 활과 검, 창 등을 사용하여 야귀와 싸운다. 기본적으로 조선 시대 군사 무기는 잘 반영되었지만, 몇 가지 역사적 오류도 있다.
- 실제 조선의 군대는 총포(화승총)를 사용했다.
영화에서는 조총이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임진왜란 이후부터 조총이 조선군의 주력 무기로 자리 잡았다. - 무관들의 검술이 일본 사무라이 스타일에 가깝다.
조선의 검술은 일본 검술과 다르며, 조선은 창과 활을 중시했다. 하지만 영화 속 검술 장면은 일본 사극에서 볼 법한 액션 스타일을 따른다.
② 조선 시대 건축과 생활상
조선 시대 궁궐과 한옥을 배경으로 한 세트장은 상당히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하지만 몇 가지 디테일에서 고증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 왕이 머무는 공간(궁궐)의 구조
영화에서 왕의 처소가 지나치게 단순한 구조로 묘사되었으며, 실제 궁궐의 위엄 있는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 일반 백성들의 복식과 생활상
영화 속 의복은 대체로 조선 후기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일부 캐릭터의 복장이 실제 역사적 자료와 다소 차이가 있다.
‘창궐’의 역사적 고증, 어디까지 사실인가?
영화 <창궐>은 조선 시대의 정치적 분위기, 청나라와의 관계, 전염병에 대한 공포 등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각색된 요소들도 많다. 특히, 무기 사용 방식이나 건축, 복식 부분에서는 창작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궐>은 조선 시대와 좀비라는 색다른 조합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 작품이다. 완벽한 역사적 고증을 기대하기보다는, 창작 영화로서의 매력을 즐기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