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동’은 2019년 개봉 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청춘 성장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합니다. 원작 웹툰과 영화 ‘시동’은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지만, 캐릭터 해석, 스토리 구성, 결말의 분위기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와 웹툰의 줄거리와 캐릭터, 그리고 결말에서 어떤 점이 다르게 표현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비교해보며, 두 매체가 각각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줄거리 구성 차이: 웹툰은 더 거칠고 현실적
웹툰 ‘시동’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집을 나간 청소년 기태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된 청춘의 현실을 묘사합니다. 웹툰은 2014년부터 연재되며, 생생한 거리의 언어와 청춘 특유의 감정을 리얼하게 담아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반면, 영화는 같은 배경과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대중적인 감성과 유쾌한 연출로 무게감을 줄였습니다.
특히 웹툰은 기태와 상필이 겪는 폭력과 외로움, 가정 불화 등을 거칠게 묘사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희화화하거나 간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태가 가출한 후 찾게 되는 중국집 장풍반점에서의 삶은 웹툰에서는 더 냉혹하고 생존을 위한 사투처럼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기태의 성장과 코믹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그려집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원작에 비해 ‘사회 고발성’보다는 ‘희망과 성장’에 더 초점을 둔 구성으로 재창조되었습니다.
캐릭터 해석의 차이: 마동석 캐릭터 중심 변화
‘시동’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장풍반점의 요리사 ‘거석이형’의 캐릭터입니다. 영화에서는 마동석이 이 역할을 맡아 파격적인 비주얼과 유쾌한 연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웹툰의 거석이는 영화보다 훨씬 조용하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입니다. 웹툰에서는 거석이가 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가며 기태에게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인물을 거의 주연급으로 끌어올리며 ‘힐링과 웃음’을 동시에 전달하는 존재로 재해석했습니다.
또한, 기태의 친구인 상필의 캐릭터도 영화에서는 다소 단순화되어 묘사됩니다. 원작에서 상필은 보다 복잡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로, 범죄의 유혹과 빈곤의 압박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갈등보다는 ‘기태의 친구’라는 보조적 역할에 더 가까운 인물로 표현됩니다. 캐릭터 설정의 깊이 면에서는 웹툰이 더 세밀하고 사실적인 반면, 영화는 각 인물의 개성을 극대화하며 이야기 전개를 빠르고 간결하게 만들었습니다.
결말과 메시지 차이: 희망의 강조 vs 현실의 무게
웹툰의 결말은 청춘이 겪는 방황과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가려는 모습이 담담하게 표현됩니다. 기태는 결국 사회의 벽을 실감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어른으로 변모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동보다는 현실에 대한 묘사와 여운이 중심이 됩니다.
반면 영화는 보다 긍정적인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기태는 장풍반점에서 진짜 어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고, 어머니와의 갈등도 해소되며 정서적 성장까지 이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는 관객에게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대중적인 영화로서의 흥행 요소와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또한, 웹툰의 마지막 장면이 독자에게 열린 결말처럼 느껴진다면, 영화의 마지막은 기태의 미소와 함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해피엔딩에 가깝습니다. 이런 점에서 원작이 던지는 메시지가 ‘현실에 기반한 성찰’이라면, 영화는 ‘성장과 화해를 통한 희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웹툰 ‘시동’과 영화 ‘시동’은 분명히 같은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다른 길을 걸어간 작품입니다. 웹툰은 청춘의 현실적인 방황과 성장통을 사실적으로 그렸고, 영화는 그 위에 유쾌함과 감동을 덧입혀 대중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두 작품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청춘을 위로하고 응원하며, 관객과 독자에게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원작과 영화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정짓기보다, 두 버전을 모두 감상해보며 그 차이를 즐기는 것도 좋은 감상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