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한 영화 **『업사이드(The Upside)』**는 프랑스 명작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리메이크한 미국판 실화 영화로,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백인 부호와 전과를 가진 흑인 남성이 간병인과 환자로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브라이언 크랜스턴과 케빈 하트, 니콜 키드먼이라는 탄탄한 캐스팅에 힘입어 원작의 감동을 미국식 정서로 재해석하며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의 중심축인 필립과 델 두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분석하고, 그들이 어떻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며 감정선이 변화해가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필립: 상실과 단절 속의 감정 봉인
영화 속 백인 부호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턴 분)**은 사고로 인해 전신 마비가 된 인물입니다. 그는 매우 교양 있고, 지적인 남자이지만, 아내를 잃은 이후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살아갑니다. 육체적 마비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등장합니다.
🔹 초기 설정과 내면
- 필립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과 자신의 장애 이후, 그는 삶을 ‘버티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 그의 내면은 무감각, 냉소, 그리고 자포자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 간병인을 고용하면서도 "DNR(심폐소생 거부)" 조항을 강조하며, 사실상 죽음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변화의 계기
필립의 감정선은 **델(케빈 하트 분)**이라는 전과자를 간병인으로 받아들이면서부터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델은 전혀 의례적이지 않으며, 예의나 체면보다 ‘진심’을 앞세우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그 무례함이 불편하지만, 점차 자신을 ‘환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하는 태도에 감정을 열게 됩니다.
- 델이 필립을 ‘불쌍하게 대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 필립은 델과 함께 스포츠카를 타고, 시가를 피우고, 음악을 듣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잊고 지냈던 삶의 즐거움을 다시 회복하게 됩니다.
🔹 감정선의 변화
영화 중반 이후, 필립은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델과의 우정을 통해 인간관계의 온기와 삶의 가능성을 되찾게 되고, 간병인 이상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 델의 추천으로 편지를 주고받던 여성과 실제 만남을 시도하는 필립의 모습은, 그가 삶에 대한 기대를 회복했음을 보여줍니다.
- 클라이맥스에서 델이 떠나자 다시 우울과 침묵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필립이 이제 완전히 관계 중심의 인간으로 변화했음을 드러냅니다. 그는 이제 혼자를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델과 재회함으로써, 그는 웃음을 되찾고, 진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복귀합니다.
델: 책임 회피형 인물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델 스콧(케빈 하트 분)**은 전과 기록이 있는 흑인 남성으로, 실직 상태이며 아들과의 관계도 단절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영화 시작 시점의 델은 책임감 없고, 무책임하며 즉흥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 초반 인물 설정
- 델은 구직 활동을 형식적으로만 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대표합니다.
- 그는 자신이 변명이나 핑계를 통해 인생의 모든 실패를 정당화하는 데 익숙해 있습니다.
- 아들의 양육권도 부인에게 있으며, 그는 아버지로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필립과의 만남: 우연이 만든 기회
- 델은 처음에 간병인 일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단지 실업 수당을 받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갑니다.
- 하지만 필립은 델의 솔직함과 ‘간병 경험 없음’이라는 점에 흥미를 느껴 그를 고용합니다.
- 델은 필립을 돌보는 과정에서 단순한 돌봄을 넘어 필립의 삶에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며, 이는 곧 자신에게도 반영됩니다.
🔹 감정선의 전환
델은 필립을 통해 ‘진짜 책임’이 무엇인지를 배워갑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신뢰를 얻고 그것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체득합니다.
- 필립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목격하면서, 처음에는 가볍게 여겼던 삶이 점점 무게감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 또한, 필립을 위해 뮤지컬을 함께 보거나, 그림을 팔아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봄을 실천합니다.
- 필립의 도움으로 아들과 다시 가까워지고, 경제적 자립의 길도 찾게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델이 더 이상 회피하지 않는 인물로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의 그는 책임을 피했지만, 이제는 사람을 책임지고, 감정을 책임지며, 인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납니다.
두 인물의 상호 변화: 우정의 힘과 치유의 상호성
『업사이드』는 단순히 "부자가 가난한 이에게 도움을 준다"거나 "가난한 이가 부자를 깨운다"는 일방향적 서사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두 인물이 서로를 치유하는 이중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 동등한 관계로의 진화
- 필립은 처음에 델을 ‘새로운 자극’으로만 대하지만, 점차 진정한 친구로 인식하게 됩니다.
- 델 역시 필립을 ‘돈 많은 고용주’에서 삶의 동반자이자 정신적 멘토로 받아들입니다.
🔹 삶의 질적 변화
- 필립은 다시 사랑을 시도하며, 델은 아버지로서의 삶을 회복합니다.
- 이 과정은 ‘우정’이라는 관계가 줄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 관계의 지속성
- 후반부에 델이 자리를 떠나고, 필립이 방황하게 되는 설정은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의존성을 강조합니다.
- 그리고 다시 재회함으로써 영화는 두 인물의 우정이 단순한 ‘기간제 감정’이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연결임을 증명합니다.
결론: 감정선을 따라가는 ‘업사이드’의 진짜 감동
『업사이드』는 단순히 원작의 리메이크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의 현실, 인종 문제, 계층 간 격차, 가족 해체 등의 주제를 부드럽게 녹여낸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두 인물의 감정선 변화가 있습니다.
- 필립은 감정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가던 인간에서, 다시 웃고 말하며 사랑을 기대하는 인간으로 회복됩니다.
- 델은 책임 없는 청년에서, 아버지이자 자립하는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두 인물은 서로의 인생에서 ‘업사이드(상승)’가 되어줍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진정한 우정은, 가장 예상치 못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